• 석유 기반 플라스틱의 한계, 바이오·재생 플라스틱 전환 시급
  • 탄소 감축·자원순환 대응 위한 제도 정비와 국가 산정 체계 마련해야
  • 기후변화 대응과 자원순환 강화를 위해 기존 석유 기반 플라스틱 산업 구조를 바이오매스 기반 소재와 재생 플라스틱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재활용에 머무를 경우 플라스틱 오염과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기술 개발·제도 개선·시장 확대를 아우르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사용량 급증… 재활용만으로는 한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4억6천만 톤이었던 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은 2060년까지 약 12억 톤 이상으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운송, 전자기기, 소비재, 포장재 분야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추세는 단순 재활용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며, 새로운 소재 전환과 자원순환 체계 확립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국내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낮은 반면 소각 비중이 높아 에너지 회수 과정에서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 우려가 크다. 반면 유럽 등 해외는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EU는 화석 기반 폴리머 규제를 강화해 제조업체들이 대체 소재를 필수적으로 도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바이오·재생 플라스틱, 제도적 인정 부족
    문제는 국내에서 바이오 플라스틱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순환경제 내 저장 효과’로 명확히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술은 존재하지만 인프라와 제도가 미비해 산업 현장 적용이 쉽지 않다. 더욱이 2024년부터 의무화된 UN기후변화협약(UNFCCC) 감축 실적 보고에서 바이오 및 재생 플라스틱의 기여도를 산정할 통일된 기준이 없어 기업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환경부, 산업부, 기재부 등 부처 간 해석도 엇갈리면서 제도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UNFCCC 기준과 연계된 국가 차원의 ‘플라스틱 감축 기여 산정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며, 산업계와 공동으로 산정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술과 제도의 병행 필요
    (사)그린플라스틱연합 황정준 총장은 “바이오플라스틱은 자원순환 체계 안에서 이산화탄소를 장기간 저장할 수 있어 기후 대응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생애주기평가(LCA) 기반 기술 개선과 자원순환 클로즈드 루프(closed loop)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빨대, 칫솔처럼 회수와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은 해양·토양 분해가 가능한 바이오플라스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 총장은 “빨대는 회수 시스템을 갖추면 좋지만, 실제로는 종량제 봉투에 버려지거나 방치돼 자연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일부 국립공원에서는 분해성 빨대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도 해양 또는 토양 분해가 가능한 바이오플라스틱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케미코첨단소재 최창휴 전무 역시 “PET 병처럼 일부는 재활용 효율이 높아졌지만 복합 플라스틱, 일회용 칫솔·면도기 등은 여전히 처리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이들 제품에 대한 생분해성 소재 개발과 권역별 대형 재활용 시설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PLA 등 일부 생분해성 소재가 식량 자원을 사용하는 문제와 가격 경쟁력 부족 문제를 안고 있다며, 새로운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적 사각지대에 놓인 산업체 내부 재활용(PIR)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내부 재활용 플라스틱(PIR; Post-Industrial Recycled)의 법적 지위가 불분명한 점도 해결 과제로 꼽힌다. 현행 「폐기물관리법」과 「자원순환기본법」은 PIR을 폐기물인지 원료인지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업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공정 중 발생한 재활용 가능 자재조차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해 행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 한 PET 시트 업체는 절단 부산물을 자체 재생 설비로 원료화해 폐기물을 사실상 ‘제로화’했지만, 설비 효율 문제로 타 업체와 협업 재활용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법령상 외부 플라스틱 반입은 폐기물 처리업 인허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간단한 법령 정비만으로도 재활용 효율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국가 전략과 시장 육성 병행해야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탄소중립 전략과 자국 산업 보호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바이오·재생 플라스틱을 탄소 감축 소재로 명확히 정의하고 내수 시장을 육성할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기술 혁신, 제도 정비, 산업계 협력, 시장 확대가 함께 이뤄질 때만이 한국이 플라스틱 자원순환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글쓴날 : [25-08-25 17:15]
    • 박다원 기자[bdw12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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